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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ary

속이 허하다




12월 중순 쯤에서부터 계속 속이 허하다. 배고픈 건 아니다. 근데 자꾸 뭘 먹게 된다. 그런데 원체 입이 짧고 장이 안 좋아서 금방 설사하고 속이 더부룩해서 체한다. 매일이 그렇다. 그냥 속이 너무 허한데 그 허함을 먹으면 채울 수 있다고 몸이 착각하는 모양이다. 방금도 배불러서 죽을 것 같았는데 또 메추리알이랑 어묵 먹엇다. 배가 너무 아프다.... 막 토할 거 같다


나는 연말이랑 연초만 되면 너무 견딜 수 없이 우울해진다. 어른이 되고나서부터 더 그런다. 너무 공허하고 쓸쓸해서 진짜 남들한테 말 못 할 정도로 우울하고 자살충동에 휩싸인다. 내 인생의 모든 안 좋은 일들은 연말과 연초 사이에 일어났다. 아빠가 죽은 것도, 친구와 절교한 것도, 학생회에서 팽당한 것도, 후배를 붙잡고 운 것도, 소주 퍼마시고 꽐라돼서 엄마 앞에서 자살하고 싶다고 소리지른 것도. 아니 무엇보다 연말연초의 생기발랄하고 뭔가 기념적이고 특별한 분위기가 너무 싫다. 나는 이렇게 우울한데 왜 사람들은 그렇게 반기고 즐기는 걸까 싶다.


나는 한때 자전적이고 서정적인 글을 좋아했던 적이 있다. 무력감이 휘몰아치고 감정이 뚝뚝 떨어지며 시멘트 벽처럼 자글자글하고 거친.... 근데 언젠가부터 그런 글을 진짜 싫어하게 됐다. 아마 고2 올라갈 때 쯤인 거 같다. 그때쯤 나는 함께 글을 쓰던 친구와 절교를 했다. 


졸린데 자기 싫고 배부른데 계속 먹고 게임하기 싫은데 게임을 하지만 일하기 싫어도 일은 해야 된다...


나는 여전히 우울증을 앓고 있다. 암만 상담을 받아도 나아진 것 같다가도 주기적으로 돌아온다. 나는 내 삶이 항상 정말 싫다. 내가 살아온 삶도 내가 앞으로 살아가야 할 삶도


그치만 나는 자기연민을 혐오한다 자신의 비참함과 불쌍함에서 영감을 받아 창작되는 무언가 역시 정말정말정말 싫어한다. 부디 내가 쓰는 글에는 나를 나타내는 문장이 들어가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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