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은 행복해져야 한다.
10년 전부터 팬이었던 글쟁이 분의 홈페이지에 간만에 들어가봤다. 당시 그 분이 좋아했던 아이돌의 이름을 영타로 적고 아이비 호스팅 주소를 붙이자 여전히 도메인에 접속됐다. 나름 북적거렸던 게시판은 이제 아무도 읽지 않는 그 분의 일기만이 빼곡했고 간혹가다 내 댓글만 보일 뿐이었다. 그마저도 가장 최신 댓글이 2016년이었다. 그동안 단 한 번도 행복한 적 없었다는 그 분의 마지막 일기를 읽고 어쩐지 죄스러워졌다.
댓글을 달았다. 10년이 넘는 온라인 활동 기간동안 나는 남들과 이렇다할 교류조차 제대로 해본 적 없었고 언제나 익명 뒤에 숨어 살았기 때문에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내 닉네임은 `dd`였다. 당신과 당신의 글, 일기, 삶 등을 단 한 번도 잊은 적 없으며 언제나 당신을 걱정하고 궁금해한다는 내용이었다.
답글이 달렸다. 솔직히 놀랐다. 생각보다 빠르게 확인을 하셨던 것이다. 그 분 또한 언제나 나를 기다리셨다고 했다. 홈페이지를 없애지 않는 이유가 나 때문이라면서, 그리고 나로 인해 울컥하셨다고.
트렌디한 소셜네트워크들에 밀려 간신히 무의한 명맥만을 이어오고 있는 홈페이지가 적어도 그 분과 내게는 소중한 인연을 놓치지 않기 위한 마지막 소통 창구가 되는 셈이다.
시대는 변하고 도구 또한 진화한다. 도구가 진화하면서 도구를 다루는 방식도 바뀌어간다. 바뀌어가는 방식은 사람들의 가치관에 진하게 녹아들어 새로운 사상을 도래시킨다. 내가 일기를 적는 수단이 펜과 노트에서 싸이월드로, 싸이월드에서 홈페이지로, 홈페이지에서 트위터로 변했듯이.
처음 이 티스토리를 만들고 적은 일기를 읽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까마득하게 어린 나이다...
그때에는 내가 4년 뒤까지 살아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참 이상하다... 현재의 내 모습을 상상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어서. 보이지 않는 미래여도 어쨌거나 존재하긴 하는구나 싶다.
지금은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회상할 수 있는 나약한 슬픔임에 불구하고 당시 가장 듣기 싫은 말은 `지나가면 괜찮아질 거야`였다. 내가 과거 언젠가 같은 시련을 겪었다고 해서 누군가를 위로할 수 있으리라는 얄팍한 생각은 그저 꼰대의 오만에 지나지 않을 터다. 대신 곁에 있어주어야지. 떠나지 말아야지.
그러니 모든 사람은 계속 살아가야만 한다. 언어로는 슬픔을 이길 수 없고 슬픔은 삶을 이길 수 없으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