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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렌라비] 공생 2













떳떳하지 못한 일을 업으로 삼으면서 라비에겐 혼자 결심한 것이 한 가지 있었다. 스스로를 제외하고는 어느 누구도 믿지 않을 것. 이유는 간단했다. 단순히 적이 많기 때문이었다. 그가 기밀 데이터를 팔아치운 바람에 전순 나락으로 떨어진 기업의 수를 헤아려보자면 감히 천문학적 수준에 달할 것이니. 물론 라비는 그들에게 미안한 마음 정도는 가지고 있었으나, 세상에 미안하다고 다 해결되는 일만 있지 않은 게 문제였다. 아마 지금쯤 복수를 위해 혈안이 되어 그를찾고 있을 터다. 언제 어디서든 그렇게 개죽음 당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살다보니 라비는 자연스럽게 자신을 감추고 회피하는 데 능숙해졌다. 그런 면에서 그림자 구역은 몸을 숨기기에 최적의 장소였다. 그곳에는 사회에서 격리되거나 기피 받는, 혹은 존재를 부정당한 사람들이 세계각지로부터 모여들었으며 한데 마구 뒤섞였다. 법 체계도 질서도 없이 오직 환락과 본능만이 지배하는 곳. 그림자 구역에 발을 들이밀면서 그는 살아남기 위해서는 여태까지의 삶을 과감히 버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라비라는 이름은 그렇게 삶을 버리기를 49번째 반복한 결과였다.



워커 가의 하인이 타준 마시멜로가 들어간 코코아를 맛보다가 라비는 살짝 미간을 찡그렸다. 너무 달아. 혀가 마비되겠다. 그렇지만 하인이 맛있느냐고 수줍게 묻는 얼굴에 싫은 소리 하기가 어려워서 그는 속내를 숨긴 채 활짝 웃으며 칭찬했다. 그러자 그는 다행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이곤 작은 주인님이 가장 좋아하는 음료라면서 덧붙였다. 라비는 그 말에 곧장 수긍했다. 세상 다 산 것처럼 굴더니만 입맛은 아직 어린애인가보다. 알렌이 하얀 정장을 차려입고 달디 단 코코아를 마시는 모습을 상상하니까 왠지 기분이 안 좋아졌다.



요즈음 라비는 워커 저택에서의 일상에 적응해가고 있는 동시에 이러한 생활이 어딘가 불안하다고 느꼈다. 단순히 바뀐 환경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조금 더 생존과 직결된 육감적인 부분에서 위험을 감지하고 있었다. 



유능한 인재라고는 하지만 아직 애송이에 불과한 알렌 워커가 과연 자신을 제대로 지켜줄 수 있을까? 그림자 구역이 티키 믹의 통할 하에 있다는 진실을 안 지금, 이 나라에서 노아 가문이 가진 실권은 그간 라비의 예상을 훨씬 상회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고작 회생한지 1년조차 안 된 몰락귀족이 무슨 힘이 있겠는가. 노아 가문과 동등하게 대항하기는커녕 호시탐탐 라비를 노리는 청부살인업자로부터의 호위조차 보장할 수 없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어쩌면 눈칫밥 보더라도 노아 측과 다시 협력하는 게 생명줄 이어가는 길일수도 있겠다고 생각한 순간, 항상 저를 못 미덥다는 듯 째려보던 셰릴의 살기등등한 눈빛이 떠올라서 고개를 황급히 도리도리 저었다. 하기야 티키 믹이 그렇게나 믿음직스러운 남자인 것도 아니거니와 노아 가문이라면 온갖 고문이란 고문은 다 해서 제게 있는 마지막 정보까지 다 짜낸 다음 가차 없이 죽일 수도 있겠다. 그러니까 누구의 손을 잡든 상관없이 필경 결과는 최악에 수렴하게 된다. 



머릿속에 난상이 활개 쳐 영 글씨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결국 라비는 읽던 책을 덮었다. 아직 잠이 오진 않았지만 이토록 소모적인 고민만 할 바에는 차라리 억지로라도 눈을 붙여두는 게 나았다. 빈 잔을 들고 도서관에서 빠져나왔다. 주방에는 아직 잔업을 하고 있는 하인들이 있었다. 그중 콧수염이 멋들어진 한 명에게 말끔히 비운 머그잔을 내밀며 라비가 잘 마셨다고 인사했다. 




“이제 자러 가십니까?”


“네.”


“그렇다면 가는 길에 작은 주인님께 담요 좀 덮어주셨으면 합니다. 아마 거실 소파에서 주무시고 계실 거예요.”




그러면서 그는 대뜸 실크로 짜인 와인빛 담요를 라비의 손에 쥐어주었다. 어리벙벙 하는 사이 등 떠밀려 복도로 내쫓겼다. 그대로 순순히 거실을 향해 걸어가다가 라비는 문득 짜증이 치밀었다. 이 저택 사람들은 죄다 이렇게 마이페이스야? 투덜거리며 입술을 삐죽였다. 이곳에서는 어쩐지 자꾸 휘말리기만 하는 것 같았다. 



알렌은 하인의 말처럼 거실 소파에서 쪽잠을 자고 있었다. 벽난로가 꺼진지 한참인 듯 공기는 냉했고 읽다 만 서류들이 테이블 위에 잔뜩 어질러져 있었다. 이런 곳에서 용케도 잠을 잔다고 생각했다. 한숨을 작게 쉰 라비는 서류들을 대강 모아 정리한 후 담요를 팡팡 펴서 알렌의 쭈그린 몸 위에 덮어주었다. 원래도 앳된 얼굴이었는데, 이렇게 자고 있으니 젖살 덜 빠진 볼이 말랑말랑한 게 정말 평범한 애처럼 보였다. 턱을 괴고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얼굴 앞에 손을 휘휘 저었다. 아무 반응 없었다. 




“야, 알렌.”


“…….”


“나를 진짜로 믿고 있어?”




당연히 대답은 들리지 않았다. 너무 평온히 자는 모습이 영 맘에 안 들어서 라비는 알렌의 코끝을 에잇, 하고 꼬집었다. 그러자 그의 표정이 보기 좋게 일그러졌다.







*   *   *







영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초콜릿 회사 메리제인의 회장인 홀트 백작으로부터 저녁식사 초대장이 날아왔다. 갖은 미사여구를 사용하여 빙빙 돌려 말하고 있지만 결국 사업의 확장을 위해 상호 협력해보지 않겠느냐는 제안이 담긴 것이었다. 편지를 읽고 난 후 알렌은 확연히 기쁜 기색을 보이더니 위풍당당하게 답신을 휘갈겼다. 라비는 홀트 가의 갑작스런 접근이 사뭇 의심쩍었으나 알렌은 그저 기우라고 단정 지었다. 홀트 가문 또한 노아 가문에게 상권을 빼앗겨 파산 직전에 내몰렸다가 최근에야 겨우 회생했기 때문이란 게 그 이유였다. 조금 더 생각해보자는 라비와 생각할 필요도 없이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말하는 알렌의 주장은 서로 간 감정이 개입되기 시작하면서 빠르게 단순해졌고 금세 유치한 말다툼이 되었다. 




“정치가 그렇게 단순한 줄 알아? 홀트가 노아에 악감정이 있다고 해서 우리에게 호의적이겠어? 무슨 편가르기야?”


“라비, 제가 조금 예뻐해 주니까 잊었나본데 당신은 그냥 저한테 충실한 사역처럼 복종하면 되는 겁니다. 요새 너무 기어오른다곤 생각하지 않으신가요?”


“야! 언제는 가족이라며!”


“글쎄, 그건 라비가 말을 잘 들었을 때 다시 한 번 고려해보죠.”




알렌은 꼬박꼬박 경어로 남을 업신여기는 재주가 있었다. 지난날에 자신이 한 짓을 생각하면 이럴 자격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라비는 그가 무슨 개 취급이라도 하는 것 같아서 한껏 기분이 상했다. 그런 식으로 한바탕 싸우고 난 후에는 질릴 대로 질려서 아무런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 며칠 동안이나 워커 저택에는 냉랭한 침묵만이 감돌았다. 홀트 백작과의 약속 당일에도 마찬가지였다. 리무진을 타고 호텔에 들어서는 순간까지 그들은 꾹 다문 입을 열지 않았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두 사람 모두 표정을 꾸며내는 데에 능숙했다는 점이다. 



홀트 백작이 대접한 식사는 프랑스식 코스요리였다. 미디움 웰던으로 구워진 사슴고기 스테이크가 메인요리였는데 라비의 입맛에는 썩 맞지 않았으므로 일찍 포크를 내려놓았다. 홀트 백작과 알렌은 사업에 대한 이야기를 한창 하는 중이었다.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다 라비는 문득 자신이 왜 여기에 있어야 하는지 회의감이 들었다. 한숨을 작게 내쉬자 홀트 백작이 그를 발견하곤 말을 걸었다.




“라비 씨께선 몸 상태가 안 좋으신가봅니다.”


“네, 뭐, 그냥…….”


“괜찮으시다면 먼저 내려가 있으셔도 됩니다. 차를 미리 준비해두죠.”




홀트 백작의 말에 라비는 알렌의 눈치를 슬쩍 보았다. 알렌은 속을 알 수 없는 얼굴로 싱긋 웃고 있었다. 그는 자신을 단순히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도구로 생각하는 것일까. 순간 기분이 묘하게 어그러져서 라비는 홧김에 그러겠노라고 대답했다. 코트를 챙기고 빠른 걸음으로 레스토랑을 나왔다. 호텔 1층에는 홀트 백작의 말대로 리무진이 대기해 있었다. 뒷좌석의 문을 열고 털썩 주저앉았다. 이제 더 이상 이런 정치놀음에 어울려주기도 신물 난다. 그냥 이대로 알렌 워커도, 노아 가도 찾지 못하는 외딴 곳으로 도망쳐버릴 수 있다면 좋을 텐데. 그렇게 생각하는 찰나, 정말로 리무진이 느리게 서행하기 시작했다. 멍청히 창밖의 풍경을 내다보던 라비가 화들짝 놀랐다. 백미러로 운전기사를 바라보았다. 그는 눈을 마주치지 않았다.




“저기, 아직 알렌이 안 탔는…….”




리무진의 양 문을 벌컥 열고 건장한 성인 남성 두 명이 올라탄 것은 순식간이었다. 그들이 좌우에 바짝 붙어 험악하게 몸을 짓누르는 그때서야 라비는 무언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오싹한 기운에 욕지기를 내뱉으며 마구 저항했다. 어깨를 밀어내는 손목과 배를 걷어차던 다리가 그대로 붙잡혔다. 체격 차가 어마어마했으니까 당연한 일이었다. 소리라도 질러 바깥에 도움을 요청하려는데 커다란 주먹이 뺨을 강타했다. 맞은 부위가 새빨갛게 부어올랐고 얼얼한 볼 안쪽에서 피 맛이 났다. 골이 흔들리는 충격 때문에 라비는 잠시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그저 두려움으로 입술을 덜덜 떨 뿐이었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서는 남자들이 손대는 대로 얌전히 있었다. 팔이 등 뒤로 꺾이고 다리는 무릎이 굽혀진 채로 꽁꽁 밧줄에 결박되었다. 



뒷좌석에서 사투를 벌이는 동안 운전기사는 누군가와 통화를 했다. 라비를 납치하는 데에 드디어 성공했다고 말한다. 라비는 핸드폰을 쥔 그의 손목에 노아 가문의 종문이 새겨져 있는 것을 보았다. 눈앞이 아찔해졌다. 이건 최악의 시나리오였다. 딱 죽기 위해 도살장에 끌려가는 개가 된 기분이었다. 차라리 여기서 혀 깨물고 죽는 게 호상일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른쪽에 앉은 남자가 라비의 작은 머리통을 툭툭 치며 낄낄거렸다. 압도적인 공포감에 질려 있어서 뭐라고 말하는지는 듣지 못했다.




“라비―!”




그 순간, 크게 소리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시끄러운 경적소리와 엔진소리에 파묻혀 희미했지만 분명 알렌이었다. 라비는 결박된 몸을 뒤틀어 등 너머를 바라보았다. 워커 가의 하얀색 리무진이 쫓아오고 있었다. 추격차량은 한 대가 아니었다. 갑자기 나타난 또 다른 차들이 그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라비는 그것이 워커 가의 수행원들이라는 것을 직감했다. 그중 라비가 납치된 차량의 양 옆을 봉쇄한 두 대가 차체를 밀치며 주행을 방해했다. 거센 충돌에 몸이 정신없이 흔들리면서 라비는 살아나갈 수 있다는 희망을 가졌다. 그 간절함은 믿을 수 없을 만큼 특정한 누군가를 향해 있었다.




“알렌……!”




자신을 제압하고 있는 팔을 뿌리친 뒤 알렌에게 들리도록 있는 힘껏 외쳤다. 그렇지만 금방 입이 틀어 막힌다. 웁웁, 하고 고개를 뒤흔들며 잔뜩 반항했다. 그들도 이토록 빨리 따라잡힐 줄은 몰랐던 듯 당황한 눈치였다. 낭떠러지로 뛰어들어! 남자 중 하나가 그렇게 고함쳤다. 라비는 그때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어차피 이대로 붙잡히면 우린 다 끝장이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네놈을 저승 길동무로 삼아주지.” 




그리곤 미친 사람처럼 웃는 거였다. 라비는 그 정신 나간 사유에 소름이 끼쳤다. 과연 노아 가문은 광기의 집단이다. 핸들을 마구 감은 리무진은 방향을 바꿔 가드레일을 향해 돌진했다. 가드레일 너머에는 절벽이 있고 그 아래엔 깊이를 할 수 없는 강이 있었다. 가드레일에 들이받기 직전에 라비는 눈을 질끈 감았다. 요란한 파열음이 들리고 거센 충돌에 무게중심을 잃은 라비가 차창에 머리를 박고 나동그라졌다. 잠시 몸이 부웅 뜨는 것 같은 기분이 들더니, 강물을 향해 곤두박질쳤다. 부딪힌 충격 때문에 차 문이 떨어져 나갔다. 차 안으로 물살이 쏠려 들어오자 순식간에 침몰하기 시작했다. 남자들은 수영하여 빠져나갈 수 있었으나 팔다리가 묶인 라비는 그대로 차와 함께 가라앉아야 했다. 가능한 고개를 빳빳이 세우고 숨을 쉬기 위해 노력했지만 물거품만 토해질 뿐 허사였다. 폐에 차가운 물이 파고드는 고통을 느끼며 마지막으로 본 것은, 캄캄한 수면 위로 일렁거리는 헤드라인 불빛이었다.







*   *   *







손가락 끝이 움찔거렸다. 발작하듯 허공을 향해 팔을 허우적거렸다. 숨을 쉬어야 한다. 허억, 헉, 하고 가쁘게 호흡하는데 누군가 손을 맞잡아왔다. 크지 않지만 단단하고 부드러운 손이었다. 가늘게 눈을 뜨자 하얀 천장이 보였다. 두어 번 깜빡였다. 옆에 알렌이 있었다. 알렌은 식은땀으로 젖어 이마에 달라붙은 라비의 머리카락을 정돈해주면서 수행원에게 의사를 불러오라 명령했다. 




“괜찮아요, 라비?”




대답을 하려고 했는데 성대를 안 쓴지 오래된 사람처럼 목이 잔뜩 잠겨있었다. 콜록콜록 잔기침을 하니까 오한이 든 줄 알았는지 알렌은 전기난로를 조금 더 가깝게 끌어당겼다. 어쩐지 그 친절이 상당히 부담스럽고 떨떠름했다. 




“어떻게 된 거야?”


“……수영을 배워두면 언젠가 쓸모가 있다는 마나의 말이 맞았네요.”




아, 그래. 밧줄에 꽁꽁 묶인 채로 강물에 빠진 건 역시 꿈이 아니었구나. 정말로 죽는 줄만 알았던 그 장면을 다시금 떠올렸다가 고개를 바르르 떨었다. 어기적거리며 힘겹게 상체를 일으켰다. 아깐 몰랐는데 지금 보니 팔뚝에 링거바늘이 여러 개 꽂혀있었다. 그밖에도 종아리며 손목에 온통 울긋불긋한 피멍이 들어있어서 라비는 소리 없이 경악했다.




“홀트가 노아와 먼저 손을 잡은 모양이더군요. 어차피 그깟 작은 회사를 적으로 돌린대도 저희한테 타격은 없습니다. 라비는 걱정 마세요. 라비를 납치하려고 시도했던 녀석들은 지금 제가 조직원을 풀어 찾고 있으니. 붙잡아 데려오도록 하죠. 처리는 라비가 원하는 방식으로 하겠습니다.”




이윽고 술술 내뱉는 말은 군더더기 없이 깔끔했다. 그에 라비는 더 이상 어떻게 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알렌을 대하는 법도, 빅데이터 스페셜리스트로서 살아가는 법도, 그리고 외부의 위협으로부터 스스로를 안전하게 지키는 법까지. 지금 이 순간부터는 그동안 관철해온 방식들이 하등 쓸모없으리란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이제 어디로든 도망칠 길이 없었다. 아니, 도망쳐서는 안 됐다. 줄행랑치기 위해 뒷모습을 보이는 찰나 바로 잡아먹힐 것이다.



라비가 이불을 꽈악 쥐었다. 불현듯 정신을 차리기 전 자신의 손을 붙들어주었던 온기가 떠올랐다. 아마 알렌이었겠지. 그가 실로 좋은 사람인지는 아직까지도 잘 모르겠다. 전부터 그는 드물지 않게 라비에게 호의를 보여주었지만, 그건 마치 꼭 얼마든지 주무르고 통제할 수 있는 애완견을 손아귀에서 귀여워하는 듯한 뉘앙스였던 것이다.




……알렌.”


“네.”


“너는 노아를 부수고 싶다고 했지?”




뜬금없이 직구로 내뱉는 말에 알렌이 의아하게 눈을 치켜떴다. 라비는 그를 흔들림 없이 바라보았다.




“노아는 계속해서 날 죽이려고 들 거야. 그리고 너는 계속해서 날 필요로 할 거고.”


“하고 싶은 말이 뭐죠?”


“이를테면 우리들의 목적에는 공통분모가 존재한다는 거지.”




알렌의 목적은 복수였고 라비의 목적은 생존이었으나, 어쨌거나 두 사람 모두가 원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노아 가의 몰락이었다. 여태까지 라비는 중립적인 위치에 서서 다른 이들이 서로 권력을 쟁취하기 위해 각축하는 과정을 물끄러미 방관하기만 해왔다. 하지만 지금은 얘기가 달랐다. 누구보다도 그 한가운데 있었으며, 아군과 적군이 뚜렷이 보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난 최선을 다해서 널 돕겠어. 그러니까 넌 나를 끝까지 지켜줘.”




요컨대 공생관계란 말이죠. 그 발칙한 제안에 알렌이 웃었다. 그에게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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