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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렌라비] 신이 말하는 대로 ‘인간을 취하되 결코 사냥하지 마라.’ 마족으로 살면서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은 말이었다. 그 의미가 갖는 모순에 대해서 라비는 몰이해했지만 딱히 주어진 불문율을 거스른 적은 없었다. 그러고 보면 마지막으로 얼굴을 본 것이 40년 정도 된 어머니께서도 비슷한 말씀을 하셨던 것 같다. 인간은 우리의 식량이며 그만큼 소중하게 대해야 한다고. 라비에게 삶의 귀감이 되어준 두 개의 문장은 형태는 달랐으나 대충 비슷한 느낌이었다. 요컨대, 마족이 인간의 우위임에 근간한 말이었던 것이다. 그 사실에는 한 치의 오류가 없어보였다. 좁은 창문 사이로 드는 달빛에 먼지가 나풀거리는 것을 멍하니 바라보다가 라비는 작게 재채기했다. 으슬으슬 한기가 도는데 보온할 만한 것이 없어 더욱 몸을 웅크렸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알렌라비] No Thanks Life 남자의 올화이트 정장에서는 짙은 향수 냄새가 났다. 추측하건대 파코 라반의 원 밀리언. 애송이치고는 제법 독한 것을 쓴다는 게 녀석의 첫인상이었다. 기껏해야 십대 후반, 아직 성인식도 치르지 않았을 앳된 얼굴은 세상만사의 더러움과는 일절 무관해보였으니까 라비는 그 점이 수상했다. 온갖 추한 사람들이 모여드는 이곳은 도시의 찬란함 뒷면에 숨어 있는 그림자 구역이었다. 모럴이 무너지고 눈이 멀어 더욱 본능적이고 자극적인 것만을 추구하는 사람들. 범람하는 허무와 채워지지 않는 갈증 가운데 품위라곤 찾아볼 수 없었으며 대부분 취해있거나 죽어가거나 둘 중 하나였다. 면전의 남자는 과연 어느 쪽일까. 입에 대고 있던 술잔을 천천히 내려놓으며 라비는 남자와 눈을 가만 마주쳤다. 남자의 완만한 눈매는 충분히 부드러웠지..
13화 알렌라비 캡쳐 13화 너무 알렌라비화라서 따로 글 올림ㅎ 개잘생김 라비가 열심히 설명해주지만 난 사실 아직도 노아가 뭘 위한 일족인지 몰겠음 하찮은 라비ㅠㅠㅜㅠㅠㅜㅜㅜ 아 웃는거 졸라 귀여워 대미쳤다 다친 알렌 좋아욧 라비 능글맞음 정도가 너무 복학생같음 아 아직까지 라비를 경계하고 있던 시절의 알렌.....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졸라 귀여워...라비 어케 봐도 수상해보이는 사람이니까 서먹서먹하게 구는 것도 이해감ㅋㅋㅋㅋㅋ 그리고 라비는 그렇게 자기를 불편해하는 사람일수록 더 다가가는 타입..... 리버스 읽으니까 라비가 좀 어떤 타입인지 알겠더라ㅋㅋㅋ근데 여기서 알렌한테 접근한건 그런 이유도 있겠지만 알렌이 중요한 기록 대상이기 때문도 있을듯 아 목적을 가지고 접근하는 라비 졸라 개좋음이다..... 알렌 너무 서먹한거 아..
[알렌라비] 관성모멘트 “혹시, 그쪽, 내 얼굴 몰라요?” 임무를 끝마치고 돌아가는 열차 안이었다. 통로 저 끝에서부터 성큼성큼 걸어온 한 행인이 노골적으로 라비를 콕 집어 그리 물었다. 탁한 금발에 갈색 눈동자를 가진 남자였다. 의아한 상황에 알렌은 먼저 두 사람을 번갈아 쳐다보았다. 무료한 눈으로 차창너머를 흘기듯 바라보던 라비의 표정이 환해진 건 바로 그때였다. “로베르트 아냐?” “역시 맞았지, 준!” 반가운 조우인지 그들은 금세 화기애애해졌다. 복도에 서있던 남자가 자연스레 라비의 옆 빈 좌석에 착석하고, 본격적으로 그에게 어디를 가는 길이며 어디서 오는 것인지 물었다. 라비는 여타 장설은 제쳐두고 그냥 현재의 기록을 위한 출장이라 답했다. 남자가 작은 소리로 탄복했다. 여전하구나, 북맨 일족은. 그게 약간 석연치 않..
[알렌라비] 해의 그림자 1. 워커 남작이 죽었다. 사인은 불명이었다. 단지 며칠 밤을 시름시름 앓다가 자는 듯이 숨을 끊었다. 내로라하는 의원의 처방에도 손쓸 도리가 없었다. 숱한 괴문이 떠돌았으나 그중 어느 것도 그의 죽음을 설명하진 못했다. 그저 남작이 남긴 것은 오래된 저택과 몰락귀족의 많지 않은 재산이었다. 그렇게 어린 알렌은 혼자가 되었다. 한때 남작이었던 것이 담긴 함을 물끄러미 들고서. 남작은 혼인을 하지 않았고 물론 후대도 남기지 않았으므로 알렌은 워커였지만 혈연은 아니었다. 따라서 남작의 작위 역시 물려받을 수 없었다. 작게 장례를 치르고 나면 이제 더 이상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고작해야 슬퍼할 뿐인 열다섯 소년은 그날 처음으로 자신의 무능함에 개탄했다. 2. 주인 잃은 저택에 방문객이 찾아온 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