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렌라비] 해의 그림자 2
6. 미사는 내내 지루했다. 두 손을 모으고 중얼중얼 기도문을 외는 자들 사이에서 알렌은 반쯤 넋을 놓고 있었다. 여기 있으면 멀쩡하던 사람도 금방 무언가에 홀릴 것 같다고 생각했다. 적응되지 않는 엄숙한 공기에 괜히 여러 번 자세를 고쳐 앉았다. 나이 지긋한 신부가 연신 강요하는 믿음이니 은총이니 하는 것엔 영 관심 없었고, 그저 이 시간이 빨리 지나가길 바랄 뿐이었다. 미사가 끝나고 나면 라비에게 안타깝지만 당신의 전도는 실패였노라고 말해줄 심산이었다. 그러나 이윽고 새하얀 사제복을 입은 라비가 성경 강독을 위해 단상 앞에 서자 알렌은 그러한 의욕을 상실하고 멍해졌다. 허리를 꼿꼿이 펴고 진중한 자태로 전하는 신의 전언들. 라비의 목소리는 일관된 높낮이였으며 듣기에 거슬림이 없었다. 그건 정말 나무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