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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렌라비] 음험한 것을 논한다면 라비에게는 평소보다 한 시간 가량 이른 기상이었다. 이유는 딱히 없다. 그냥 밤잠을 설쳤다. 깨고 나니 내용도 기억나지 않는 얕은 꿈이었는데 눈을 떴을 때 식은땀을 흠뻑 흘리고 있었던 걸 보면 대단한 악몽이기라도 했나보다. 간밤의 피로가 채 가시지 않아 잠이 덜 깬 손길로 비몽사몽 칫솔에 치약을 짜면서 그는 문득 요사이 꾼 꿈들이 한 가지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꿈치고는 제법 과한 정신력 소모를 요한다는 점이다.​​해석학에서 꿈이란 뇌의 휴식이나 근육 이완이 이뤄지지 않은 렘수면 상태에서 전이되는 무의식의 표상으로 그 시점에 처한 환경적 요인과 정신적 스트레스 등을 매개하여 적당한 상징성을 가지고 2차 가공되는 것이라고 본다. 요컨대 꿈을 조심스레 해체해서 거슬러 올라가면 이드의 세계에..
뻘한 라비 얘기 이 일러 보면 우리집 텐시 넘버원 넘버투인데 크로울리는 인정해도 라비가 천사라니 호시노 라비 캐해석 나랑 완전 다르잖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물론 어떤 의미로 한 말인진 이해 됨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호시노한테 천사대우 받는 라비 부럽네......아 호시노도 인정한 멘탈힐링캐 라비..... 물론 본인은 정작 멘탈 4인방 최하위지만....... 아 라비 보고싶다................... 라비가 없는 삶 너무 팍팍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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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렌라비] 턴어라운드 8 fin “자, 이제부터 수를 셀 거예요. 하나, 두울, 셋……” 아이들이 두 손을 모으고 간절히 크리스마스 날 받고 싶은 선물에 관한 기도를 하는 동안 알렌은 창틀에 기대어 새로 들어온 동화책을 심심풀이 삼아 넘겨보고 있었다. 부엌에선 빵을 굽는 듯 달콤한 냄새가 풍겨왔고 거실 중앙 커다란 트리에는 곧 각자의 소원쪽지가 걸릴 예정이었다. 하지만 고아원 측에서 준비할 수 있는 것이라곤 후원 받은 스웨터나 목도리, 털모자 따위가 전부였으니까 결과적으론 아이들에게 실망을 초래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알렌은 왠지 아이들의 순수함을 기만하는 행동을 하는 것 같아 어제부로 내리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일렬로 늘어선 조그만 뒤통수들을 응시하는데 지도 선생과 눈이 마주쳤다. 미소가 꽤나 호감상의 중년이었다. “워커 씨도 ..
[알렌라비] 찬란한 이름으로 눈을 뜨니 창밖에 비가 내리고 있었다. 가는 빗방울이 연신 창문을 후득후득 두드렸고 구름 낀 하늘은 회색으로 보였으며 평소보다 낮게 드리운 것 같았다. 낮인지 저녁인지도 분간되지 않았으나 어차피 최근의 알렌에게 이미 그러한 시간감각은 사라진지 오래다. 이윽고 상체를 일으키려다가 팔이 불편하다는 걸 깨달았다. 그제야 알렌은 뒤늦게 팔뚝에 꽂힌 링거바늘을 보았다. 아. 이번에도 살아났구나. 무감각하게 어제 먹은 수면제의 개수를 헤아렸지만, 이제 더 이상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하고 있었다. 라비는 발갛게 퉁퉁 부은 눈을 하고 방에 들어왔다. 몹시 파리해보였다. 그 때문인지 알렌이 일어난 것을 확인하고도 그저 슥 고개를 돌릴 뿐이었다. 침대 맡 의자에 앉은 라비가 조용히 이마를 짚었다. 안 그래도 창백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