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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ㄹㄼㅇㅎㄱㅂㄳㄷ5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1년 반 만에 하는 고추와의 키스 별 좆도 감흥없었고 집에와서 이나 빡빡 닦았음존나 짱나고 역겹고 더럽다
ㄷㄱ 225화 후기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알렌라비] 턴어라운드 4 그대는 고통으로부터 숭고해졌고 나는 그 숭고함을 꽃처럼 꺾고 싶었소. 라비가 쓰는 문장은 수사로 점철되어 있거나 너무 현학적이라서 종종 알렌은 이해할 수 없었다. 그의 첫 베스트셀러였던 《OWEN》 역시 그러했다. 그래, 어떤 문화평론가의 말을 빌리자면 트라우마 세대의 암울함과 비천함, 그리고 허무맹랑한 욕망의 가장 적나라하고 아름다운 향유이자 권태였다. 그 말조차도 무슨 뜻인지 긴가민가했지만 어쨌거나 그것만이 라비의 글을 설명했다. 라비를 처음 만났던 날 알렌은 밤새워 《OWEN》을 읽었으며 일말의 오기로 이후 세 번이나 복독했으나 결국 그 구절이 세간에서 찬사를 받으면서까지 함의하는 바를 정확히 알지 못했다. 물론 워낙 문학에는 무관한 체질인 것도 한몫했을 것이다. 그저 일회독 하는 것만으론 이해할 ..
[알렌라비] 턴어라운드 3 로망은 프랑스가 낯설 알렌을 위해 가이딩 해주겠다고 선뜻 말했지만 알렌은 그가 현재 얼마나 영화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지 알고 있었으므로 사양했다. 대신 기본적인 불어 회화 몇 마디가 정리된 메모지를 받았다. 흔한 인사말에서부터 긴급 상황 시의 도움 요청 매뉴얼까지 사려 깊게 적혀져 있었는데 그중 알렌이 가장 유용하게 사용한 것은 ‘얼마인가요?’와 ‘잘 먹었습니다’였다. 로망은 한 치의 여지없이 좋은 사람임에 분명했다. 다정할뿐더러 뛰어난 처세술로 원만한 인간관계를 가지고 있었으며 동시에 묘한 매력의 소유자였다. 그래서 알렌은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로망을 미워할 수밖에 없었더라면, 지금보다 더 스스로가 구차하고 비참하게 느껴졌을 것이기 때문이다. 여하간 로망의 배려 덕분에 여행은 순조로웠다. 지베르..
[알렌라비] 턴어라운드 2 운명적으로 만나 첫눈에 반해 사귀었고 누구나 부러워할 법한 멋진 연애를 했으며 권태기가 찾아왔을 땐 쿨하게 서로를 놓아주었다. ……라고 말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헤어진 연인 사이. 그래, 맞는 말이다. 그러나 라비와의 관계를 단순히 그렇게 일단락하기에는 조금 더 복잡하고 예민한 사정이 연루되어 있었다. 적어도 알렌에겐 그랬다. 라비의 첫 베스트셀러와 알렌이 즐겨 연주하던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제8번, 오후 두시 경의 베르가모트 향기, 그리고 마나의 죽음. 그 모든 것들이 라비를 떠올리게 하는 동시에 알렌을 괴롭게 했다. 당시 그는 몹시 나약해져있었고 피아노 건반 위에 손가락조차 대지 못할 정도로 지독한 만성우울증에 시달렸다.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는 자가 남을 사랑할 수 있을 리가 없다. 그때 ..
[알렌라비] 턴어라운드 1 여행한다고 생각해. 지금 하는 일은 전부 내려놓고. 알렌은 한 번도 외국에 나가본 적 없지? 그렇게 말하는 리나리의 목소리가 상기되어 있었다. 워낙 다정한 사람이니까 줄곧 걱정하고 있었던 거겠지. 알렌은 미안함과 고마움의 인사를 따로 전하는 대신 그냥 가볍게 웃었다. 유명 항공사의 비즈니스석을 예매하겠다는 리나리를 만류하고 선편을 고른 그는 여행 가방을 챙기면서 문득 자신이 가진 것이 얼마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기껏해야 칫솔 세트와 갈아입을 옷 몇 벌, 낡은 작곡노트, 그리고 지갑. 만약 피아노가 가방에 들어갈 만한 크기였다면 챙겼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정도면 일 중독이야, 하고 리나리가 또 잔소리를 할 테지만 그만큼 피아노는 알렌의 전부였다. 프랑스로 가는 이유는 단순했다. 이번에 사운드트랙 작곡을..
생일 생각해보면 나는 항상 사람들에게 빚을 지며 살아왔다. 중학교때는 좋은 선생님들을 만났고 고등학교때는 좋은 언니오빠를 만났고 대학생이 되고 나서는 좋은 선배후배동기들을 만났음. 물론 지금도 그 사람들과 긴밀한 연락을 주고 받는건 아니다. 꼭 연락할게요 라고 말했지만 살다보니 멀어졌다. 하지만 지금 멀어졌다고 해서 과거에 그 사람들이 내게 끼친 영향까지 무의미하진 않다 그 추억으로 인해서 지금의 나를 형성할 수 있었던거라고 생각한다.. 사람 만나는 거 싫다곤 했지만 역시 그렇게 내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건 즐거운 거 같다.... 나는 별로 나를 좋아하는 사람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떠올려보면 매해 생일마다 매번 다른 사람들이 내 생일을 축하해줬고 함께해줬다 그게 얼마나 축복받은 일인지.....